세월호 참사 기록물·전통조리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 등재 신청

2025.09.15
세월호 참사 기록물·전통조리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 등재 신청

2014년 4·16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차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 후보로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확정하고 지난 12일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단원고 4·16 아카이브: 시민의 기억운동과 치유의 기록'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생전 모습과 시민들의 추모 활동, 유족과 생존자들의 치유 여정을 담은 자료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설렘을 적어둔 달력,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발견된 수학여행 계획표 등 23만여 점의 기록물이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4·16기억저장소가 주도하고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이 협력한 민관 협업의 산물이다. 유족들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바닷물에 젖은 물건들을 하나씩 복원하며 기록을 축적해온 과정 자체가 상처를 달래고 치유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께 등재를 신청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우리나라 고유의 요리 문화와 지식 전승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헌이다. 16세기 안동의 학자 김유와 그의 손자 김령이 집필한 '수운잡방'은 민간에서 제작된 가장 오래된 요리서로 2021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인정받았다. 17세기 양반가 여성 장계향이 순한글로 기록한 '음식디미방'은 현존하는 여성 저작 요리서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자료다.

특히 두 요리서는 가문 간 혼인 관계를 통해 요리 지식이 계승되고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남성과 여성이 협력해 생활 기술을 문서로 남기고 세대를 이어 전승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단원고 아카이브에 대해 "일반인과 유족이 민간 관점에서 사회적 재해의 진상을 기록했으며, 기록화 작업 그 자체가 재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종 등재 결정은 2026년 6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총회에서 이뤄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의 편액, 만인소, 조선왕조 궁중현판,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 등 6건을 아태 지역목록에 보유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4·16 기억교실에 남아있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지막 흔적들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향한 첫 단계를 통과했다"며 "내년 최종 심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아픈 추억을 넘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지키며 희망의 문을 여는 약속의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