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규백 국방부장관 취임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 번째 총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4일 해병대사령부는 전날 인천 옹진군 대청도 해병부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 대한 현장감식 및 검시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사고는 13일 오전 7시 3분경 대청도 소재 해병 6여단에서 벌어졌다. 해안선 정밀수색작전에 참여했던 21세 수송병 병장이 차량 운전석에서 이마 부위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당시 심한 출혈로 위험한 상태였던 이 병장은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오전 9시 1분 대청보건지소에서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악천후로 헬기 후송이 불가능해 해경 함정을 통한 이송을 준비했으나 실제 후송 전 숨을 거뒀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망한 병장은 운전석 거치대에 놓인 K-2소총에서 발사된 5.56mm 실탄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수색임무 시 탄알집 최상단에는 공포탄 두 발이 삽탄되지만, 당시 소총에서는 공포탄이 사전 제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청도는 최전방 지역 특성상 상황 발생 시 즉시 사격이 가능하도록 실탄을 장전한 상태로 이동한다고 해병대 측은 설명했다.
해병대는 사고 직후 유가족과 군·경 합동수사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여한 현장감식과 검시를 실시했으며,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유가족 동의하에 국군수도병원에서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최근 20일간 발생한 세 번째 총기 사망사고다. 앞서 지난달 23일 육군 2군단 예하 15사단 감시초소에서 하사가 숨졌고, 지난 2일에는 육군3사관학교 훈육장교 대위가 영외 총기 반출 후 사망했다. 총기사고 외에도 지난 8일 경기 고양 육군 통신부대에서 중사가 괴롭힘 관련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10일에는 경기 파주 포병부대 묘사탄 오작동으로 7명이, 제주 공군부대 지뢰 뇌관 폭발로 8명이 각각 부상했다.
군 내부에서는 "특효약도 백신도 없다"는 절망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 장관이 지난 5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귀히 여겨야 한다"며 사고 예방을 강력히 지시했지만, 10여 일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이해진 군 기강 재정립과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해법은 각 부대 지휘관들이 사소한 사고 요인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각 군 하급 지휘관들이 인사이동을 대기하는 시기라 전반적으로 긴장도와 책임의식이 저하된 상태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