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가 전례없는 관광 침체와 해상 교통망 붕괴로 섬 전체가 고립 위기에 처해 있다. 연이은 과도한 요금 부과 사건들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핵심 항로의 여객선마저 연달아 멈춰서면서 지역민들의 생존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울릉군청 온라인 게시판에는 절박한 호소문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한 주민은 "후포 항로 사라지고, 강릉 항로도 곧 중단되고, 엘도라도선은 이미 휴항 상태"라며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느냐"고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이런 식으로는 주민들이 모두 생존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경북 울진과 울릉을 연결하던 썬플라워크루즈는 지속적인 손실과 기계적 결함으로 9월부터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최대 970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선박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역시 4월 이후 기관 문제로 실질적 운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월말부터 590톤급 썬라이즈호가 임시 대안으로 도입되지만 승객 수송 능력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방문객 통계는 울릉도 관광업의 심각한 위축을 보여준다. 2022년 46만여 명이던 입도객이 2023년 40만 8천여 명으로, 2024년에는 38만여 명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금년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된 방문자도 20만 9천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더 줄어들었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료 후 해외 여행 선호도 증가를 표면적 요인으로 지목하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과 서비스 품질 논란이 더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7월 한 방송인이 공개한 영상에서 삼겹살로 주문한 음식의 절반이 지방 부위였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정상 요금을 훨씬 초과하는 택시 운임 청구, 내륙 대비 2배 이상 높은 차량 대여료, 리터당 300원 이상 비싼 연료비 등의 사례들이 연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울릉도의 관광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근본적 해결방안으로 해운업 준공영제 시행을 제안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완화된 신규 항로 허가 기준을 다시 강화해 무분별한 선사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지자체가 직접 항로를 관리하고 적합한 업체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릉군의회와 울진군의회는 공동 대응책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은 "해상 연결망은 섬 주민들에게 생명선과 같은 기반시설"이라며 "지속 가능한 운송체계 구축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지난달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관광 서비스 전반의 품질과 가격 문제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개선 대책을 약속했으나,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