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초·중·고교생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육부는 1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실시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 응답률이 2.5%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3년 전수조사 시행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번 조사는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397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참여율은 82.2%에 달했다. 조사 기간은 2024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의 학교폭력 목격·피해·가해 경험을 다루었다.
학교급별 분석 결과 초등학교의 피해 응답률이 5.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중학교 2.1%, 고등학교 0.7% 순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초등학교는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하여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이 가벼운 장난이나 사소한 다툼까지 학교폭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폭력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9.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집단 따돌림 16.4%, 신체폭력 14.6%, 사이버폭력 7.8%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할 때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각각 0.4%포인트, 0.9%포인트 감소한 반면,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0.9%포인트, 0.4%포인트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성폭력 피해 응답이 6%를 기록하며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사이버폭력과 성폭력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피해 발생 장소를 살펴보면 교실 안이 28.9%로 가장 많았고, 복도나 계단 16.6% 등 학교 내부에서 전체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시간대별로는 쉬는 시간 30.1%, 점심시간 20.9%에 집중되어 교사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점에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피해 학생의 7.8%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가 24.5%로 가장 많았다. 목격자 중에서도 30% 이상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답해 방관자 개입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지역별로는 전북 지역이 3.1%로 가장 높은 피해 응답률을 보였으며, 대구 지역이 1.1%로 가장 낮았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년 대비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지역 간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흥미롭게도 피해 응답률은 증가했지만 실제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수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접수 건수는 5만8502건으로 전년 대비 약 5% 줄어들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수준이 높아져 사소한 갈등까지 학교폭력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갈등의 교육적 해결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이전에 관계 회복을 위한 조정·상담을 진행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내년 3월부터 희망 교육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6년부터 모든 학교에 사회정서교육을 도입하고, 상담 전문가와 화해 조정 전문가로 구성된 관계개선 지원단을 확대 운영하여 교육적 해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숙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국장은 "학생들이 일상적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다변화되는 사이버폭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