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1조대 이혼 소송, 대법원 전합 검토로 막바지

2025.09.14
최태원·노소영 1조대 이혼 소송, 대법원 전합 검토로 막바지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 분쟁이 대법원에서 1년2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전원합의체 논의를 통해 마침내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조3800여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 분할이 걸린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클 뿐만 아니라 여러 복잡한 법리적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어 대법관들의 신중한 판단이 이어져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작년 7월 상고 접수 이후 지속적으로 사건을 심리해왔으며, 현재 '전원합의체 보고사건'으로 분류되어 모든 대법관이 검토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18일 예정된 전합 심리에서 대법관들이 의견을 수렴한 후, 전합이 직접 선고하거나 소부로 회부해 판결하는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5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된 665억원보다 무려 20배나 증가한 수치로, SK㈜ 보유 지분을 분할 범위에 포함시킨 결과였다. 이러한 거액의 재산분할 판단 뒤에는 현재 SK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도가 상당했다는 법원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핵심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300억원이 실제로 SK 측에 유입되었는지 여부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선경'이라 표기된 어음 봉투를 근거로, 해당 비자금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되어 당시 선경그룹(현 SK)의 초기 자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봉투 속에는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중 4장이 남아있었고, 나머지 2장은 2012년경 SK그룹에 전달했다는 것이 노 관장 측 주장이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서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약속어음은 차용증과는 성격이 다르며 자금 수령의 증거로 볼 수 없고,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비 지원 약속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300억원의 구체적인 전달 경로나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설사 비자금 유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 측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 녹취록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이 파일에는 선대회장이 임원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오해를 사는 것이 가장 문제되며, 사돈으로부터 특혜를 받지 않도록 주의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있다고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받은 후에도 "태평양증권 인수나 이동통신 사업 모두 깨끗하게 진행되었다"고 언급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반면 노 관장 측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수감된 최 회장이 보낸 '옥중서신'을 상고심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편지에는 SK그룹 운영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노 관장이 경영 전반에 조언을 제공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항소심에서는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재판부가 1998년 SK 주식의 주당 가치를 당초 100원으로 잘못 기재했다가 최 회장의 지적에 따라 1000원으로 수정하는 '판결문 경정'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에서 125배로 10배 증가했고,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에서 35.5배로 10분의 1로 축소되었다. 최 회장 측은 이를 '치명적 계산 착오'라고 비판했으나, 재판부는 전체적인 재산분할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300억원 비자금 의혹에 대해 별도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이혼 사건을 넘어서 특유재산과 공동재산의 구분, 정경유착 여부, 재산분할 법리 적용 등 다양하고 복잡한 법적 쟁점들을 다루고 있어 향후 유사 사건들의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