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예상치 못한 역사 교육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품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한국 호랑이의 역사를 찾아보면서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직적인 호랑이 사냥 사실이 글로벌 SNS를 통해 급속히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26만 팔로워를 보유한 한 외국인 틱톡 크리에이터는 "케데헌을 시청하다가 호랑이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일본이 지난 세기 한반도의 호랑이들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7초 영상을 공개했다. 이 콘텐츠는 게시 일주일 만에 120만 회 시청과 18만 개의 '좋아요', 2200여 개의 댓글을 기록하며 바이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1917년 일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주도한 민간 사냥조직 '정호군'은 함경북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대규모 호랑이 포획 작전을 전개했다. 당시 매일신보는 이들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으며, 야마모토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저서 '정호기'까지 출간했다. 1920년대 이후 한반도에서 야생 호랑이는 완전히 사라졌고,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의 사살이 공식적인 마지막 기록으로 남아있다.
학술계에서는 이러한 호랑이 사냥을 단순한 유해동물 제거가 아닌 식민 통치 전략으로 해석한다. 한국외대 이은경 연구자는 국제학술지 논문에서 "호랑이는 한국에서 일본 제국에 대항하는 상징적 동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진숙 동아시아문화연구원 역시 이를 "제국과 자본의 권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기획이자, 일본 자본가를 용맹한 무사로 포장하려는 상징적 욕구가 결합된 사건"으로 분석했다.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은 일본 비판으로 이어졌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민족 정체성을 억압하려 국화인 무궁화 근절을 시도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한국 회복력의 상징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2만 6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다른 댓글들에서는 "대부분 위안부가 11-19세, 평균 14세였다", "한국 마지막 공주에게 일본인과의 강제 결혼을 압박했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교과서에 기록하지 않아 대부분 일본인들이 자국의 잔혹행위를 모른다"는 구체적 사실들이 공유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일본 소니그룹 산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 기업이 참여한 콘텐츠가 역설적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비판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국내 누리꾼들은 "케데헌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성취했다", "소니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한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에서도 일본의 과거사를 다룬 영화 '731'이 기록적 흥행을 보이며 반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개봉 첫날 3억 위안(약 585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만주사변 발발일인 9월 18일에 맞춰 공개된 이 영화를 관람한 중국 관객들은 오성홍기를 흔들며 "일본인들은 너무 잔혹하다.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문화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대중문화가 역사 인식 확산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의 성공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차원을 넘어 역사적 담론과 사회적 관심으로 확장되는 현상"이라며 "알고리즘을 통해 전파되는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주입식 교육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