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통상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내일(16일)부터는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보다 관세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누리게 된다. 양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한국 25%, 일본 15%로 10%포인트 격차를 벌이면서 한국 완성차업계가 심각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하게 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6일부터 자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가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미일 양국이 지난 7월 체결한 무역합의에 따른 것으로,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과 함께 성사된 협상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4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9일 연방관보 게재를 거쳐 발효 수순을 밟았다.
이로 인해 미국 현지에서 한일 자동차 가격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 쏘나타는 기본형 기준 2만6900달러로 토요타 캠리(2만8400달러)보다 저렴하지만,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할 경우 쏘나타가 3만3625달러로 캠리(3만2660달러)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아반떼와 코롤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반떼는 2만2125달러에서 2만7656달러로, 코롤라는 2만2325달러에서 2만5674달러로 오르면서 가격 우위가 뒤바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1∼7월 대미 완성차 수출량은 80만1109대로 전년 동기 87만4182대 대비 8.4% 줄었다.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수입차 전반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세 격차까지 벌어지면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에만 관세 부담으로 각각 8280억원, 7860억원의 비용을 떠안으며 영업이익 감소를 감내했다. 증권업계에서는 3분기 이후 양사의 관세 관련 손실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급파하는 등 협상 재개에 나섰지만, 미국 측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 타결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미측은 직접적 자금 유입을 원하는 반면, 한국은 공정한 수익 배분을 전제로 한 투자 성격을 주장하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시 시장점유율 하락이, 현 수준 유지 시 손실 누적이 불가피한 딜레마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격차 장기화 시 현지 생산 확대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