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협업 전시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제프리 깁슨, 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이 현지시간 12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작년 이불 작가의 작품 전시에 이어 두 번째를 맞는 이 연례 프로젝트는 선별된 예술가의 대형 설치 작품을 미술관 정면 벽에 선보이는 메트로폴리탄의 핵심 현대미술 기획 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제프리 깁슨은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을 대표했던 작가로, 4점의 거대한 청동 조각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각각 3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들은 작가의 창작 공간이 위치한 허드슨 밸리와 센트럴파크 주변에 거주하는 사슴, 늑대, 다람쥐, 독수리의 형태를 재현했다.
창작 과정에서 깁슨은 허드슨 일대에서 채취한 나무와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구슬 장식, 천, 가죽 소재를 조합하여 원형 모델을 완성한 후, 최신 디지털 스캔 기술을 통해 대형 청동 작품으로 변환했다. 청동 매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가의 첫 번째 대규모 프로젝트인 이 작품은 원래 재료들의 질감이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파티나라는 특별한 착색 공법으로 마무리됐다.
전시명 '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은 프랑스 사상가 자크 데리다의 문헌에서 차용한 것으로, 모든 생명체와 주변 환경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완성된 깁슨의 동물 조각들은 인류와 자연계의 조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촉토족 미시시피 밴드 구성원이면서 체로키 조상을 둔 깁슨은 토착민 예술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독일, 한국에서의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진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토대로 회화부터 퍼포먼스, 영상, 기획에 이르는 폭넓은 예술 활동을 통해 생명체들 간의 연대와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펼치고 있다.
제네시스 측은 "이번 두 번째 파사드 커미션을 통해 관람객들이 깁슨이 제시하는 자연 환경과 도심 공간을 연결하는 생명체들의 확장된 관계망을 체험하고, 작가가 추구해온 문화적 다원성과 상생의 철학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맥스 홀라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은 "깁슨은 동시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예술가이자 원주민 예술계의 핵심 인물"이라며 "그의 새로운 작품은 관습적이지 않은 소재 활용과 독창적인 재구성을 특징으로 하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와 자연 세계에 대한 탐구 의지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 전시는 2026년 6월 9일까지 계속되며, 15일에는 'An Evening with Jeffrey Gibson'이라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그의 예술관과 신작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가 공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