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협상 난항 속 금고무타이어-에이투지, 자율주행 분야 돌파구 모색

2025.09.15
美 관세 협상 난항 속 금고무타이어-에이투지, 자율주행 분야 돌파구 모색

한미간 자동차 관세 인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내 타이어업계가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양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3500억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관세 인하가 지연되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1~14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났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관세 부담이 지속되면서 타이어업계의 실적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14% 감소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 역시 매출은 약 10%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지만 영업이익은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5~10% 올리고 유럽 시장 비중을 늘려 관세 영향을 완화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관세율이 낮아지지 않는 한 3분기 수익성 하락을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는 넥센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금고무타이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이투지)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금고무타이어 본사에서 체결된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는 자율주행 전용 타이어 개발과 공급망 안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기업 평가에서 11위에 오른 에이투지는 국내 최다인 62대의 자율주행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74만km의 도심 주행 실증 데이터를 축적한 바 있다. 금고무타이어는 에이투지가 자체 제작한 레벨4 자율주행차 '로이(ROii)'에 타이어를 공급하며, 이 차량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양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분야는 에어리스 타이어와 스마트 타이어 기술이다. 에어리스 타이어는 공기 충전이 불필요한 차세대 제품으로 특수 구조체와 소재를 이용해 차량 무게를 떠받치는 방식이다. 펑크나 공기압 저하 걱정이 없어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스마트 타이어는 각종 센서와 통신기술을 접목해 타이어 컨디션과 도로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차량 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제품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시 안전성과 연비 효율성, 환경 친화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진짜 산-연 협력 R&D 과제'에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기업과 정부가 공동 기획하고 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해 기술이전까지 보장하는 신성장동력 창출 모델이다. 금고무타이어는 이를 바탕으로 4년 내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에 적용 가능한 미래형 타이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일택 금고무타이어 대표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 과정에서 타이어는 단순한 보조 부품을 넘어 차량 성능과 안전성, 에너지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데이터 중심 엔지니어링으로 미래지향적 모빌리티 기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지형 에이투지 대표는 "금고무타이어와의 협력은 자율주행차 타이어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과 실증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상용화 가속화와 생태계 신뢰도 향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미래형 타이어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율주행 셔틀 '로이'는 정부 인증을 바탕으로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APEC 투입과 함께 청계천 시범운행도 계획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