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자집·아들부자집 현상, 산모 나이와 유전적 요인이 핵심"

2025.09.14
"딸부자집·아들부자집 현상, 산모 나이와 유전적 요인이 핵심"

자녀의 성별이 단순한 50대50 확률이 아닌 특정 요인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T.H. 챈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956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간호사 건강 연구'에 참여한 약 5만800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14만6000건 이상의 임신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분석 결과, 전체 대상 가정 중 약 3분의 1에서 모든 자녀가 동일한 성별로 태어났으며, 특히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이러한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산모의 출산 연령이 자녀 성별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28세 이후에 첫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경우, 이후 자녀들이 같은 성별일 확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연령 증가에 따른 여성 생식기 환경의 생물학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메커니즘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했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하면서 질 내부 환경이 더욱 산성화되어 X 염색체를 보유한 정자의 생존율이 높아져 여아 출산 확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배란 주기의 변화와 자궁경관 점액의 성분 변화는 Y 염색체 정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남아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특정 성별의 자녀를 출산하는 경향이 유전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두 가지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유전자가 성별 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를 주도한 호르헤 차바로 영양학·역학 교수는 "두 명 또는 세 명의 딸을 둔 부모가 아들을 원한다면, 성별 결정이 단순히 50대50의 확률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오히려 또 다른 딸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부모의 생활 패턴, 영양 상태, 환경적 요인 등이 자녀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규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