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문화재단이 69세의 인도 출신 미국 작가 아미타브 고시를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은 그가 탈식민 문학과 생태문학 영역을 확장시키고, 자연과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깊이 있게 형상화한 점을 수상 이유로 제시했다.
1956년 인도 콜카타에서 출생한 고시는 1986년 데뷔작 '이성의 원'을 통해 문단에 발을 디뎠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그림자의 경계선', '캘커타 염색체', '유리 궁전' 등이 있으며, 특히 1830년대 아편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아이비스 3부작'은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3부작은 '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와 환경위기를 탐구하는 논픽션 저술에도 힘쓰고 있다. '대혼란의 시대'를 통해 기후위기를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로 규정하며 인류가 직면한 파괴적 현실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가 한강이 2023년 수상하기 전까지 아시아 작가로는 유일하게 1990년 프랑스 메디치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박경리문학상 선정 과정에서 추천위원회는 전세계 소설가 113명을 대상으로 4차례의 예비심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9명의 후보를 선별한 후, 심사위원회가 약 1년간의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기리기 위해 2011년 창설된 이 상은 국내 최초의 국제 문학작가상이다. '문학의 참된 가치를 수호하며 세계 문학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시대의 진정한 작가'에게 수여되는 이 상의 상금은 1억원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최인훈을 시작으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메릴린 로빈슨, 베른하르트 슐링크, 아모스 오즈, 응구기 와 시옹오, 안토니아 수잔 바이어트, 리처드 포드, 이스마일 카다레, 윤흥길, 아민 말루프,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실비 제르맹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3일 오전 11시 30분 호텔인터불고 원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장, 상패와 함께 상금이 전달된다. 시상식 외에도 22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5일 원주에서의 작가 강연, 27일 서울대학교 특별강연, 28일 대산문화재단 주최 대담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