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아이들에게 찾아온 예술의 선물…태백 장성마을 '제2회 비엔날레 날땅' 개최

2025.09.17
폐광촌 아이들에게 찾아온 예술의 선물…태백 장성마을 제2회 비엔날레 날땅 개최

한때 6000여 명의 광부들이 매일 수만 톤의 석탄을 캐내며 활기가 넘쳤던 강원도 태백시 장성마을이 예술의 터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석탄산업의 쇠퇴와 함께 활력을 잃었던 이곳이 현대미술의 무대가 되면서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탄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제2회 2025 비엔날레 날땅: 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이 이달 30일까지 장성마을 전역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2023년 첫 개최 이후 폐광지역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번영했던 장성광업소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품은 이 마을에서 6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일상적인 공간을 예술적 무대로 변화시키고 있다. 진폐증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던 태백병원 앞 등나무 벤치에는 무명실로 만든 대형 설치작품이 자리했고, 한국전쟁 당시 감시용으로 사용되던 경찰서 망루는 빨간 모직으로 감싸여 따스함을 전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광산촌의 기억을 재해석했다. 신예선 작가는 폐쇄적이던 망루를 내복을 연상시키는 모직으로 둘러 포근함을 연출했으며, 배주현 작가는 70년간 광부가 거주했던 옛집에서 무명실과 도자기를 활용해 지하 노동현장의 손길을 형상화했다.

전지 작가는 이 지역 청소년들의 내면세계와 고민을 만화로 표현해 PC방 지하공간에 전시했는데, 이 공간은 지역 청년들이 직접 정리하고 도색하여 갤러리로 재탄생시켰다. 황재순 작가는 광부들이 몸의 때를 씻어내던 '태양사우나'를 목욕문화 아카이브 전시관으로 되살려냈다.

이미 철거된 화광아파트의 추억도 되살아났다. 2019년 해체 당시 지역민들과 활동가들이 구성한 '찰칵 원정대'가 촬영한 사진들이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마을 영화관 옥상에서 특별전으로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마을 입구 식당 '차림'에서 출발하는 도슨트 투어에 참여해 골목골목 숨어있는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인근 정선 등 다른 폐광지역 학생들도 한 시간 이상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아와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이진아 미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장성마을과 깊은 유대를 쌓아온 예술가들이 폐광지역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선사하는 '나니아 연대기' 속 마법의 옷장 같은 존재"라며 "주민들이 매일 보던 평범한 일상공간들이 전혀 새로운 세계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한 지역 주민은 "평소 익숙했던 동네가 이렇게 신비롭고 흥미로워질 줄 몰랐다"며 "마치 마법이 걸린 완전히 다른 마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