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 '화전가' 다음달 첫 선…6·25 전야 여인들 삶 조명

2025.09.17
창작 오페라 화전가 다음달 첫 선…6·25 전야 여인들 삶 조명

2020년 국립극단이 창작 초연하여 큰 호평을 얻었던 연극 '화전가'가 오페라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립오페라단은 17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제작발표회를 통해 연극을 원작으로 한 창작 오페라 '화전가'를 10월 25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작품은 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경상북도 안동 지역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전운이 감돌고 이념적 대립이 확산된 시기, 남성들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거나 감옥에 갇힌 상태다. 작품은 남편과 아들들이 부재한 가정을 중심으로 여성의 시각에서 역사 뒤편의 삶을 조명한다.

무대는 남성 출연자 없이 여성 성악가 9명만으로 구성된다. 김씨와 고모, 세 딸과 며느리들, 마을 부녀자들이 김씨의 환갑 잔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김씨는 성대한 잔치보다는 꽃구경을 나가는 '화전놀이'를 제안하며, 여인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밤을 새워 대화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한다.

2023년 2월 취임하면서 한국 대표 창작 오페라 제작을 공언했던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화전가'를 무대에 올린다. 최 단장은 "최종적으로 국립오페라단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해외 무대 진출"이라며 "어떤 소재가 외국 관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여 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한 결과 화전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화전가에는 세대 간 갈등이나 의사소통 단절과 같은 현재 우리가 겪는 고통들이 포함돼 있으며, 공동체 복원을 위한 메시지도 내포돼 있다"고 부연했다. 음악극 '적로'에서 협업했던 배삼식 작가, 최우정 작곡가, 정영두 연출이 재차 손을 맞잡았다. 안무가 출신인 정영두 연출은 창극 '리어'로 작년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선정돼 주목받았으며, 화전가를 통해 오페라 연출가로 첫 데뷔한다.

정영두 연출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노래 중심인 오페라의 장점을 최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25 전쟁 발발 2-3개월 전의 상황이며 남성들은 상반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상황입니다. 때로는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극한 상황이죠. 작품 자체에 이미 드라마가 극도로 압축돼 있습니다. 배삼식 작가의 작품은 드라마가 외부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극적 상황에 놓인 인물의 내면에서 전개된다고 봅니다. 오페라가 노래의 비중이 큰 장르인데 배 작가가 창조한 강력한 극적 갈등이 이미 설정된 상황에서 누구든 노래를 부르면 극적인 드라마가 내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동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성악가들이 구사하는 안동 방언은 작품의 매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 역을 담당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은 "아리아에서는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고, 대화 부분에서는 안동 방언을 구사할 것"이라며 "방언 교육을 별도로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