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 제어 애플리케이션에서 대규모 접속 장애가 발생하며 이용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마이현대'와 '기아', '마이 제네시스' 등 주요 서비스 앱들이 오전 7시 39분경부터 시스템 오류로 인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장애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도어를 개폐하고 원격 시동을 거는 '디지털 키 2.0' 서비스였다. 물리적 열쇠 대신 모바일 기기에만 의존하던 운전자들은 차량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심각한 곤란을 겪었다.
한 기아 카니발 소유주는 전날 밤 10시 45분경 앱 오류로 차문을 열 수 없어 약 1시간 동안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택시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교통비와 주차요금까지 부담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다행히 사전에 삼성 월렛이나 애플 지갑에 디지털키를 별도 등록해둔 사용자들은 정상적인 차량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앱에서만 디지털키를 관리하던 이용자들은 대안이 없어 고객센터 문의가 폭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에는 "평소 실물키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갑자기 디지털키가 작동하지 않아 당황스럽다", "집에 가야 하는데 차문을 못 열고 있다" 등 혼란을 호소하는 글들이 연이어 게시됐다.
현대차그룹 측은 네트워크 불안정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히며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8시간 넘게 지속된 시스템 마비는 오후 4시경부터 단계적으로 해결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서비스 중단으로 고객님들께 끼쳐드린 불편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후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시스템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키 사용자들도 비상시를 대비해 물리적 열쇠나 대체 수단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