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美유학 중국인들 양국서 '간첩 의심' 받으며 구직난 심화

2025.09.15
미·중 갈등 속 美유학 중국인들 양국서 간첩 의심 받으며 구직난 심화

미중 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중국인 유학생들이 양국 모두에서 첩보 활동 의혹을 받으며 취업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14일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과거 중국에서 미국 대학 졸업장이 양질의 일자리로 가는 '금의 열쇠'로 인식됐으나,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제한 정책과 보안 수사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본국에서도 '첩보원 가능성'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남동지역 출신인 24세 롄씨는 미국에서 3년간의 학업을 통해 대학원 학위를 받고 뉴욕 금융가 진출을 희망했지만, 작년 7월 중국에서 인턴 활동 중 갑작스럽게 학생 비자가 무효 처리됐다. 경제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인 2020년 중국 군부와 관련된 중국 대학교 출신 학생 및 연구진의 비자 발급을 사실상 차단한 조치에 해당되어 미국 재입국이 불허됐다.

이후 중국 내 취업을 시도한 롄씨는 국영 은행과 금융 기관 70여 곳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전부 거절당했으며, 대다수는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3월에서야 상하이 소재 사기업에 입사한 그는 미국 유학 이력이 공공 영역 취업에 장애가 된 듯하다며 "양국 간 대립에 끼어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으로 복귀한 해외 유학 졸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3년 35만 명에서 2021년 100만 명까지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동일 시기 민족주의적 정서와 애국주의가 부각되고 국가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채용 담당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의 소셜네트워크 홍보 활동으로 인해 첩보 활동에 대한 과도한 의심이 중국 사회의 "표준적 인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이 해외 학위 소지자들을 예전보다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안전부는 위챗 등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첩보원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박사 과정으로 유학 중이던 중국인이 외국 정보 조직에 회유되어 기밀 누설에 연루되었다는 내용을 정기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23년부터 다수의 지방 행정부가 엘리트 공무원 양성을 목적으로 명문대 졸업자를 별도 선발하는 '선조생' 제도에서 해외 대학교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 내에서 가장 개방적인 지역으로 평가받는 광둥성마저 이 움직임에 합류했다.

올해 4월 중국 최대 공조기 제조업체 거리(Gree)의 둥밍주 회장은 주주총회 석상에서 "해외 거주 후 귀국한 인력은 절대 채용하지 않겠다. 그들 중에 첩자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언했다. 이는 주로 국유 기업에서 제기되던 '간첩 우려'를 유명 민간 기업 최고 경영자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고 CNN은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유학 출신보다 경비 부담이 적고 국내 환경에 익숙한 자국 대학 졸업자들을 우대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상하이의 커리어 개발 상담사 신위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하는 '996 업무 체계'가 일반화된 중국 직장 환경에 유학 출신들이 "적응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며, 일부 중국 회사들이 현지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국내 출신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