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교통안전 당국이 테슬라 전기차의 전자식 도어 시스템 오작동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차량 외부에서 문이 작동하지 않아 특히 아이들이 차 안에 갇히는 위험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16일(현지시간) 2021년형 모델Y 차량의 전자식 도어락 시스템에 대한 예비 평가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차주들로부터 접수된 9건의 민원이 발단이 되었으며, 대상 차량 규모는 약 17만4천여 대에 달한다.
신고된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드러난다.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린 보호자가 후석에 앉아 있는 자녀를 데려오려 할 때, 또는 출발 전 아이를 후석에 태우려고 할 때 도어가 재개방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 중 4건에서 보호자들이 차창을 부수고 진입해야만 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 공급 시스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모델은 메인 배터리와 별개의 12V 보조 전원에 의존하는 전자식 도어를 채용하고 있는데, 저전압 상태에서 외부 핸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차량 경보 시스템에서 이러한 전력 부족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 내부에는 수동식 개방 메커니즘이 설치되어 있으나, 어린이들이 직접 조작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카시트에 고정된 유아의 경우 이러한 비상 장치에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NHTSA는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고온의 차량 내부에 승객이 갇히는 응급 상황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특히 여름철 밀폐된 차량 내부의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할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조사는 2021년형 모델Y에 국한되지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테슬라의 다양한 모델에서 유사한 도어 시스템 고장 관련 소비자 불만이 총 140여 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차종에는 2012년형 모델S, 2020년·2022년·2023년형 모델Y, 2023년형 모델3 등이 포함되어 있어 결함의 범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2012년 모델S 출시와 함께 매끄러운 외관 디자인을 위해 전자식 도어 핸들을 도입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이번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편 테슬라는 현재 여러 방면에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토파일럿 관련 다수의 NHTSA 조사가 진행 중이며, 예상치 못한 급제동과 급가속 관련 민원도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주행 중 외장 부품 이탈 위험으로 사이버트럭 4만6천여 대를 회수 조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CEO는 사업 중심축을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분야로 이동시키고 있다. 향후 10년간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확보하려면 전기차 1천200만 대 추가 판매 등 까다로운 목표들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