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 잇달아 미사일 연구시설을 방문하며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완료를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화성-20형이 조만간 공개되거나 발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 전승절 참석 직전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을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2년간 8차례 지상분출 시험을 통해 발동기의 작동 신뢰도와 정확성을 검증했다"며 신형 고체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이 1960킬로뉴턴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곧바로 9일 엔진 시험현장을 찾아 "대출력 탄소섬유 고체발동기 개발은 핵전략무력을 확대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개발된 엔진은 기존 화성-19형은 물론 차세대 화성-20형에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북한은 밝혔다.
탄소섬유 복합재료는 철강보다 강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첨단소재로, 미사일 동체 경량화를 통해 탑재중량 증가가 가능하다. 이는 다탄두 기술 적용과 사거리 연장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탄두 ICBM은 여러 개의 탄두로 복수 목표를 동시 타격할 수 있어 요격이 한층 어려워진다.
북한의 ICBM 개발 행보는 대미 압박 의도가 뚜렷하다. 이미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향상된 신형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돌파와 협상력 확보가 목적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번 엔진 시험 소식을 대외매체에만 상세히 보도하며 대미 메시지임을 명확히 했다.
북한은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나란히 담화를 발표하며 '프리덤 에지'와 '아이언 메이스' 훈련을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지난 8월 을지자유의방패 훈련 때보다 훨씬 격렬한 반응으로,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채굴·제련·농축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실험용경수로 가동을 통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다종화를 추진 중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20형을 공개하거나, 이를 전후해 첫 시험발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과거 패턴을 보면 분출시험 후 1개월에서 4개월 이내에 발사가 이뤄져왔으며, 올해는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 마무리 시점이기도 하다.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는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블록화를 가속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벌이는 대미 압박이 향후 북미대화 재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