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장관, 17일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시진핑 방한 등 협의

2025.09.14
조현 외교장관, 17일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시진핑 방한 등 협의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번 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간 핵심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 장관은 17일경 베이징을 찾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는다고 14일 전해졌다.

이번 한중 외교수장 간 만남에서는 다음 달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계획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아직 공식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외교계는 시 주석의 APEC 참석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북한 관련 사안도 중요한 협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달 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를 통해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조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공통 목표를 재확인하고 중국의 건설적 개입을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중국이 서해상에 무단 설치한 대형 철제 시설물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인접 국가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이는 서해 구조물 사안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 관례상으로는 전임 조태열 장관이 작년 5월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 차례이지만, 조 장관은 새 정부 출범과 본인의 신임 취임을 고려해 순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언론 간담회에서 "특정한 순서나 관례에 구속되기보다는 필요에 따른 상호 교류를 통해 실용적으로 한중 관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지난 7월 왕이 부장과의 첫 전화 협의에서 "한국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국 고위층 간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한국의 대중 정책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며, 중한 관계는 그 어떤 제3국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응답해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을 외교 정책의 기둥으로 삼고 있지만, 동시에 한중 관계 역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균형 외교 노선을 견지해왔다. 이번 조 장관의 방중은 이러한 정부의 외교 철학이 실제 어떻게 구현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