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어준씨가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향해 "불만이면 퇴사하면 된다"고 발언하면서 이미 과열된 금융당국 개편 논란에 새로운 갈등 요소가 더해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서 "그분들(금감원 직원들) 개인 입장에서는 불만이 이해되지만 퇴사 처리해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겠다"며 "전원 퇴사를 받아주고 새로 채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감원 직원 700여명은 정부가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에 반발하며 상복을 입고 연일 로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발언이 금감원 내부 게시판에 공유되자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한 직원은 "대부분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인데 생존이 걸린 사안을 너무 가볍게 퇴사하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감각이 부족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감원 4급 이상은 퇴직 후 3년간 금융업계 재취업이 금지되고, 입사 5년차인 30대 중반 직원들이 다수인데 대안적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강력한 비난 논평을 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3일 "생계와 장래가 달린 문제 앞에서 국민의 금융안전과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퇴사하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에게 '어려우면 살지 마라' 민노총에는 '회사가 싫으면 파업하지 말고 그냥 나가라'고 하는 것과 같은 몰상식한 자세"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재명 정부는 금감원 독립성 강화라는 IMF 권고를 외면한 후퇴안을 추진하고 김씨는 이를 비판하는 여론마저 개인 불만으로 폄하했다"며 "김씨의 막언은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과 일치하며 국민 고통을 무시하는 경박한 의식의 연장"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이런 발언이 개인적 일탈을 초월해 여의도를 뒤에서 조종하는 소위 '상왕 정치'의 실체를 드러낸다"며 "민주당 106명 의원이 줄지어 그의 방송에 나타나고 당 대표 선출까지 그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 개편을 둘러싼 혼란은 여러 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핵심 업무인 금융정책이 기재부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해체 과정에 있고, 대대적인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금감원은 제재권한과 분쟁조정위 기능이 금융감독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에 강력 저항하며 사상 첫 총파업까지 검토 중이다. 여기에 산업은행도 본사 부산 이전 문제로 노조와 대립하면서 신임 회장의 출근마저 막히는 상황이 겹쳤다.
조직개편 논의는 여야 협상 난항으로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혼란 속에서 허가 등 신사업 추진이 지체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