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를 향한 강경 대응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원내지도부까지 가세하며 탄핵 가능성까지 본격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사법개혁 추진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어 사법부와의 전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종료라는 국민 요구를 저버린 사법부를 국회가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삼권분립 침해"라는 논리로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권위를 손상시켰다"며 자진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탄핵은 언제나 최종 수단이지만 대상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해 조 대법원장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탄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 사건을 다루면서도 재판 지연과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더 심각한 것은 대법원의 책임인데 조 대법원장은 내란 재판의 의미와 원칙에 대해 한 마디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에 이어 원내지도부까지 사법부 압박 전선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12일 전국법원장 임시회의에서 사법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 나온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가 헌신적 사명을 완수하려면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내놓자 여당이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거리두기에 나섰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향후에도 논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강유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당 사법개혁특위는 이르면 다음 주 개혁안을 발표하고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역풍을 우려해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조 대법원장 사퇴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 의견으로 당론 차원 논의는 아니다"라며 수위 조절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정면 부정하는 폭거이자 법원을 인민재판소로 전락시키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며 맹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집권여당 대표와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 거취를 공개 압박하고 탄핵까지 운운하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 하에서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탄핵까지도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맞불을 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의 사법부 압박이 자칫 '사법개혁=이재명 구하기' 프레임에 갇힐 위험성과 함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간 종합일간지 9곳 중 8곳에서 정부·여당의 사법부 압박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여론 악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정국 전개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