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계 인공지능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 가속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주요 기업들과 함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출범식을 개최하며, 세계 최고 성능급 'K-AI' 개발 의지를 천명했다.
이와 동시에 '챗GPT'로 생성형 AI 혁명을 주도한 오픈AI가 아시아 3번째, 전 세계 12번째 거점으로 한국 지사를 공식 설립했다.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는 한국을 차세대 글로벌 AI 허브로 지목했다고 발표했다. 권 CSO는 "한국은 세계적 인프라와 혁신 기업,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를 보유한 AI 혁신의 최적지"라며 "산업계와 학계, 정부 전반에서 한국의 AI 변혁을 위한 혁신을 공동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픈AI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카카오와 맺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카카오톡 채팅 탭에 챗GPT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GS, 토스, LG전자, LG유플러스, 크래프톤, KT, 야놀자, 카페24 등 건설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도기업들이 GPT-5 등 최신 AI 기술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1일 서울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AI 인재 육성과 연구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하버드대, MIT, 옥스퍼드대 등이 참여하는 오픈AI의 교육연구 지원 컨소시엄 '넥스트젠AI' 가입을 검토 중이며, 가입 시 총 5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역량 강화 지원을 받게 된다. 서울대는 유망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AI 엘리트 과정' 신설과 'AI 네이티브 캠퍼스' 구축을 통해 개인 맞춤형 AI 조교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창업 생태계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오픈AI 그로브' 프로그램을 출범하여 창업 아이디어조차 구체화되지 않은 '프리 아이디어' 단계부터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5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15명 내외를 선발하여 오픈AI 본사에서의 오프라인 워크숍과 온라인 멘토링을 제공하며, 참가자들은 정식 출시 전 최신 AI 모델과 도구를 체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오픈AI 외에도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이 앤스로픽코리아를 설립하며 국내 진출에 나섰고, 구글 AI도 최신 제미나이 모델 공개 이후 국내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 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구글 제미나이 앱의 신규 국내 설치 건수는 33만8957건으로, 4월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정부가 대규모 국비를 투입하여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AI 기업들이 국내 기업 생태계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개발될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하여 누구나 AI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AI 기업 어나더브레인의 브루노 메조니에 대표는 최근 방한하여 "프랑스와 한국, 중동은 AI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라며 "동일한 접근법으로는 추격이 불가능하다. 자금력과 기술력에서 앞선 그들을 넘어서려면 차세대 AI로 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간 대뇌피질에서 착안한 대용량 데이터나 전력 없이도 작동하는 '오가닉 AI'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