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연합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75년간 지속된 영풍-고려아연 간 동업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벌써 1년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양측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과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여전히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분쟁 초기 영풍·MBK 연합은 주당 66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시작했으나, 이후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75만원까지 올렸다. 고려아연 측도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며 주당 83만원, 최종적으로는 89만원까지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지분 매입에 사용한 자금은 총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진 주주총회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활용해 영풍의 지분 행사를 무력화하며 연속 승리를 거뒀다. 1월 임시주주총회와 3월 정기주주총회 모두에서 영풍·MBK 측의 의결권을 차단하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방어 장치를 구축했다. 법원도 대부분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주며 주총 결의의 효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분 구조상 영풍·MBK 연합이 47.01%, 최윤범 회장 측이 33.16%로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5명, 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2026년과 2027년 각각 6명과 13명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로운 표결이 예정돼 있다.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재무 구조도 큰 변화를 겪었다. 순현금은 4조1000억원 줄어들고 차입금은 3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순차입금이 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25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40년간 유지해온 무차입 경영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다.
양측의 공격도 지속되고 있다. 영풍은 최 회장의 경영을 '나쁜 기업지배구조의 전형'이라 비판하며 이사회 무력화, SM엔터테인먼트 관련 투자 논란, 순환출자 구조 형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영풍·MBK를 '약탈적 사모펀드의 기업가치 훼손 시도'라며 맞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게르마늄 공급 협력 MOU 체결,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 확대 등 전략광물 사업 강화에 나서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적대적 M&A 세력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리의 단단함은 흔들리지 않았다"며 "압도적 경쟁력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기업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언어장애아동을 위한 AAC의사소통판 제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매년 영업이익의 약 1%인 7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