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 출장 인력 현장 재투입 본격화…현대차 SOS에 구원투수 등판

2025.09.15
SK온, 美 출장 인력 현장 재투입 본격화…현대차 SOS에 구원투수 등판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가운데, SK온이 대안 공급업체로서 미국 현지 출장 인력의 업무 재개에 나서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현대차의 배터리 공급망 차질을 해소하고 자사의 미국 사업 안정화를 동시에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구금 사태 직후 대기 조치했던 단기 상용 B-1 비자 보유 직원들에 대해 업무 재개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지침을 사내에 전파했다. 이는 미국 국무부의 외교업무매뉴얼을 근거로 한 것으로, 해외에서 도입한 장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 현지 직원 교육 등이 B-1 비자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는 판단에 기반했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다른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합법적 비자 소지자들조차 현장 복귀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SK온의 적극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준공이 최소 2~3개월 늦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히면서, 조지아주 커머스 지역의 SK온 시설에서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내 배터리 필요량의 60~70%를 SK온을 통해 확보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SK온의 핵심 거점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연간 22GWh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약 300km 떨어진 위치에서 원활한 공급망 구축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외에는 미국 현지 제조기반을 갖추고 현대차와 협력 이력이 있는 곳이 SK온뿐"이라며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협력 확대는 SK온에게도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BA는 지금까지 거의 최대 가동률을 유지해왔지만,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전기차 구매 지원금 폐지로 인한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로부터의 추가 물량 유입으로 GM, 포드 등 기존 고객사의 주문량이 줄어들더라도 전체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우려사항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SK온 역시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에서 진행 중인 신규 공장들의 경우 외부 시설공사는 완료되었지만 장비 전문인력의 입국 제약으로 실제 가동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완공된 SKBA나 포드와의 합작회사인 블루오벌SK는 현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당장의 문제는 없지만, 향후 주재원이나 출장자들의 유연한 활용이 어려워진 만큼 현지 대응능력 저하에 대한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SK온이 이번 상황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자 절차 개선을 비롯한 미국 내 투자환경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전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