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 실적이 8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공개한 ICT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8월 수출 규모는 22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 규모는 125억3000만 달러로 7.6%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103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 증가폭이 수입보다 크면서 견고한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 금액은 15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7% 급증해 월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고정 가격의 상승세와 더불어 인공지능 서버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 확산에 따른 수요 증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5개월 연속 월간 신기록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 제품뿐만 아니라 DDR5,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대한 견고한 수요가 이어졌다.
통신장비 분야도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억9000만 달러로 1.8% 증가했다. 통신모듈과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의 수출이 호조를 나타냈다.
반면 일부 품목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18억2000만 달러로 9.4% 감소했는데, LCD의 경우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됐고, OLED는 패널 적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TV와 모니터 등 최종 제품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휴대전화 수출 역시 13억3000만 달러로 15.4% 줄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완제품 수출은 호조를 보였으나 중국향 부품 수출 둔화가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13억4000만 달러로 16.6% 감소했지만, 중국과 네덜란드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감소폭이 일정 부분 완화됐다.
지역별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대만으로의 수출이 65.6% 급증하며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베트남(18.0%), 유럽연합(8.2%), 일본(3.9%), 중국(0.3%) 등 주요 시장에서도 수출이 증가했다. 다만 미국은 컴퓨터 관련 제품 부진으로 9.9% 하락했다.
수입 측면에서는 AI 수요 확대의 영향이 뚜렷했다.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입이 2000만 달러로 249.1% 급증했고, 중대형 컴퓨터 수입도 144.2% 늘었다. 또한 베트남에서 조립된 국내 기업 완제품의 역수입이 69.8% 증가하는 등 글로벌 생산체계의 특성도 반영됐다.
이번 실적은 미국발 무역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AI와 메모리 등 핵심 기술 분야의 수요가 수출 성장을 견인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향후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