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정책 호재와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박스권을 벗어나며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이상 답답한 횡보를 보이던 지수가 마침내 돌파구를 찾으며 연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 주 대비 5.94% 급등한 3395.5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주간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4.40% 오른 847.08포인트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 속에서도 코스피의 강세가 유독 돋보이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 신호와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모멘텀을 더했다.
투자자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세를 주도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총 4조원 넘는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며 반도체 랠리를 이끌었다. 기관도 3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상승세에 가세했다.
정치권의 시장 친화적 행보도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두고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면 기존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이 결정타였다. 이로써 그간 증시 발목을 잡았던 세제 개편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거래 활성화도 눈에 띈다.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월 대비 5% 늘어난 24조원 가까이를 기록했으며, 최근 사흘간은 30조원을 웃도는 대거래를 보였다. 이는 시장 급락을 초래했던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인 지난 7월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등 이후 밸류에이션 부담이 늘어난 데다, 그간의 호재들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번 주 예정된 9월 FOMC 회의를 핵심 변곡점으로 꼽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연준의 25bp 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5bp 인하 확률이 93%를 넘어선다. 문제는 이미 반영된 기대치를 뛰어넘는 추가 재료가 나올지 여부다. 특히 연준이 발표할 점도표에서 향후 금리 인하 경로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호재 속 매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연내 3회, 내년까지 6회 이상의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된 상황에서 실제 연준의 정책 방향이 이에 못 미칠 경우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둔화 우려도 양날의 검이다. 지금까지는 금리 인하 기대를 부추기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지만, 앞으로는 기업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의 중장기 전망은 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 기조가 재확인됐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3200~3450선으로 제시하며, 정책 관련주와 금리 인하 수혜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