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 흥행이 국내 편의점업계에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김밥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K푸드 구매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 운영 편의점 CU의 집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방영 후 7~8월 두 달간 해외 결제수단 이용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 폭증했다. 이 중에서도 김밥 판매액은 231% 증가해 전체 김밥 매출 증가율 29%를 크게 웃돌았다. 상온즉석식품 143%, 라면 99%, 스낵류 53% 등 K푸드 전반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공항과 호텔, 주요 관광지 인근 30개 매장 분석 결과, 소불고기와 참치마요 김밥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치즈불닭, 비빔불고기, 불제육 등 매운맛 제품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한강라면이나 편의점 치킨 같은 즉석조리 음식도 K문화 체험 욕구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수요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CU는 '케이-통 소불고기 김밥'을 새롭게 선보였다. 작품에서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김밥 한 줄을 양손으로 잡고 통째로 먹는 모습이 '김밥 한입 챌린지'와 각종 밈 문화로 확산되자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발한 상품이다. 포장지에는 'No-cut beef bulgogi kimbap' 문구를 추가해 외국인 고객의 이해를 도왔다.
경쟁사인 GS25도 케데헌 협업 상품 출시에 나섰다. 지난 10일 사전예약을 통해 참치마요&전주비빔 반반김밥, 전주비빔&제육 주먹밥, 모둠분식세트 등을 17일부터 순차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예약 주문만으로 약 4000만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농심도 케데헌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가 새겨진 신라면 컵라면 한정판 1000세트가 1분40초 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농심 주가는 지난 12일 52주 최고가인 57만9000원을 기록했고, 농심홀딩스도 30% 급등하며 상한가를 달성했다.
업계는 케데헌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흥행을 넘어 음식문화 전반에 걸친 소비 확산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명동역점과 인천공항 등 외국인 방문이 많은 매장에는 주인공 캐릭터 등신대와 K푸드 전용 진열대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7월 방한 외국인은 작년보다 23.1% 늘어난 173만 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