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유통단계에서 사라져…배추·무는 70% 육박

2025.09.14
농산물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유통단계에서 사라져…배추·무는 70% 육박

국내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가 실제 받는 금액을 제외한 유통단계 비용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배추와 무 등 일부 품목은 이 비율이 70%에 근접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농산물 유통단계 비용률은 49.2%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45.0% 대비 4.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즉 소비자가 농산물에 1만원을 지출하면 그 중 4920원이 유통업계로 흘러들어간다는 의미다. 1999년 38.7%와 비교하면 20여년간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품목별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쌀을 포함한 곡물류는 35.9%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으나, 양파와 대파 등 향신채소는 60.8%, 배추와 무 같은 엽채류는 64.3%에 달했다. 특히 월동무는 78.1%, 양파는 72.4%, 고구마는 70.4%로 70% 선을 돌파했다. 과실류와 과채류, 축산품은 대략 50% 내외였다.

전문가들은 신선도 유지 기간이 짧은 품목일수록 유통단계 부담이 크다고 설명한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통혁신연구실장은 "무와 배추는 신선도 문제로 유통기간이 제한적이어서 비용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 경매 시스템에서는 등급별 세분화로 인해 정상적인 상품 출하율이 낮아 농가가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통계수치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유통단계 비용 증가에는 인건비 상승과 함께 유통업체들의 수익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직접경비와 간접경비를 뺀 순수익 비중은 2023년 14.6%로 10년 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정 실장은 "농산물 유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실제 수익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탄력적 가격' 구조"라며 도매시장과 일반 유통업체의 수익 증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분석 보고서에서 농가 판매단가의 누적 상승률이 소비자 가격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소규모 생산농가에 비해 도매업체와 소매업체의 시장 영향력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통시스템 혁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 하나였다. 최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실감할 수 있도록 비합리적인 유통 시스템 혁신에 박차를 가하라"고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온라인 도매거래소 규모를 확대해 유통 단계를 단축하고 경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 도매거래소 중심의 유통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며 "연간 거래액 2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판매업체 참여 조건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매 방식 외에 정가거래와 수의거래가 가능한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생산 및 가격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해 거래의 투명성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