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비용 4년 만에 29만원대 복귀…과일·채소 가격 안정세 기여

2025.09.14
추석 차례상 비용 4년 만에 29만원대 복귀…과일·채소 가격 안정세 기여

추석이 3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이 4년 만에 처음으로 20만원 후반대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물가정보가 지난 12일 실시한 조사에서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준비 비용이 29만9900원으로 산출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작년 동일 시기 대비 3500원(1.2%) 감소한 수치로, 2021년 27만4500원 기록 이후 처음으로 30만원 선을 하회했다. 전통시장 기준 차례상 준비 비용은 2022년 30만원을 돌파한 뒤 2023년 30만9000원, 작년 30만2500원을 거쳐 올해 마침내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됐다.

비용 절감의 주요 원인은 과일류와 채소류의 가격 안정화로 분석된다. 특히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과와 배의 경우, 여름철 혹서와 집중호우로 성장이 다소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명절이 작년보다 약 3주 늦어진 덕분에 출하 물량 확보에는 지장이 없었다. 더불어 홍로와 원황 외에도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태풍에 따른 과실 낙하 손실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품목별 세부 동향을 살펴보면, 사과와 배(각 3개)는 작년 1만5000원에서 올해 1만원으로 33.3% 하락했다. 채소류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여 시금치(1단)는 8000원에서 6000원으로 25%, 무(1개)는 4000원에서 2500원으로 37.5%, 배추(1포기)는 1만원에서 9000원으로 10% 각각 내렸다.

반면 일부 품목들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햅쌀(2kg)은 5500원에서 7000원으로 27.3% 올랐고, 송편(1kg)과 시루떡(3장)은 각각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20% 상승했다. 조기(3마리)도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5% 오름세를 기록했다. 축산물인 달걀(10개)과 돼지고기 앞다리살(600g), 수산물인 동태(1마리) 가격도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의 차례상 비용은 39만1350원으로 집계돼 작년 대비 2810원(0.7%) 감소했다. 사과와 배 가격이 각각 27%와 25.8% 하락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단, 이는 할인 혜택을 적용하지 않은 정가 기준이므로 실제 구매 시에는 28만원에서 32만원 수준으로 더욱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명절 성수기인 추석 2주 전 사과와 배의 출하량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추석 24일 전인 지난 11일 홍로 사과 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7110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601원 저렴했고, 원황 배 10개는 2만7049원으로 6455원(19.3%) 하락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명절까지 3주라는 시간이 남아있어 태풍 발생이나 가을장마 같은 기상 변수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농산물 작황이 양호한 상태여서 급격한 가격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본격적인 햇농산물 출하 시기와 맞물려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보다 경제적으로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