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해양포유류 보호를 이유로 국내 수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그물을 이용한 특정 어법으로 잡힌 한국산 수산물의 미국 반입이 금지되면서 국내 수산업계에 혼란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 소속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국가별 수산물 수입 제한안을 공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근거한 것으로, 돌고래나 고래 같은 해양 포유동물이 우발적으로 함께 잡힐 위험이 있는 어업 방식으로 획득한 수산물의 수입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규제에 따르면 자망, 안강망, 트롤망 등의 어구를 사용해 포획한 조기, 멸치, 오징어, 갑오징어, 넙치, 대게 등 총 29개 품목이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NOAA 측은 이러한 어업 방식이 상괭이, 참돌고래, 맞돌고래 등의 혼획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는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수산업계의 경쟁 불균형 해소를 요구한 것과 연관된 후속 대응으로 분석된다. MMPA를 근거로 한 국가별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산업계는 어획 방식 전환과 복잡해진 수출 절차로 인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수입 허용 품목의 경우에도 선박 정보, 어법, 조업 해역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추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특히 어묵처럼 다양한 어종을 섞어 가공한 제품이나 제3국에서 수입한 수산물을 재수출하는 경우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어묵은 2023년 기준 1,096만 달러 규모로 대미 수산 수출품 중 6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다만 주력 수출 품목인 김, 굴, 참치, 이빨고기 등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수부는 전체 대미 수산물 수출의 약 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양식으로 생산된 수산물의 경우 정부 발급 허가증을 통해 수출이 지속될 수 있어 실제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 포유동물 보호와 혼획 위험 감소를 위한 어법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적정한 어법으로 포획한 수산물에 대해서는 증명서 발급을 통해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