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만으론 부동산 억제 한계…스테이블코인G2는 공포 조장"

2025.09.16
이창용 "금리만으론 부동산 억제 한계…스테이블코인G2는 공포 조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6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주관한 '통화정책과 구조개혁' 특별강연에서 그는 최근 연속된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7-8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2.50% 수준에서 유지한 것과 관련해 "0.25%포인트 금리 조정을 1-2개월 늦춰도 경제 회복에는 결정적 변화가 없지만, 시장이 이를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지 않겠다는 원칙"이 정책 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대되는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기존 통화 시스템을 교란할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가 달러 기반 암호화폐의 국내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선제 발행으로 주요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지난달 공개한 경제성장률 전망 0.9%에 대해 "일시적 위기라기보다는 경제의 잠재 성장 능력 자체가 약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통화 및 재정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 수단만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재정 지출은 결국 향후 세수를 앞당겨 사용하는 것이고, 경기 침체기 금리 인하는 단기 조정 효과는 있어도 경제 체질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개혁 의지가 관건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구조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가 채무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의 경기 둔화 상황에서 재정의 일정한 역할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지속적인 국가 부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균형잡힌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