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기 적발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젊은층을 노린 신종 사기 수법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반 동안 적발된 자동차 보험사기 금액은 총 2조 67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기 규모는 2020년 3830억원에서 지난해 5704억원으로 약 1.5배 늘어났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2791억원이 적발돼 연말까지는 5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보험사기를 포함한 지난해 적발 규모는 1조 1502억원, 적발 인원은 10만명을 상회했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상반기 적발금액 최고액은 6억 5000만원으로, 자동차 화재사고를 조작해 상해보험금을 청구한 사례였다. 이미 건물 추락으로 사망한 사람을 교통사고 피해자로 둔갑시켜 3억 9000만원을 타낸 기상천외한 경우도 있었다. 임신 중 접촉사고로 유산했다며 5억원의 신생아 사망보험금을 받았지만 사고와 유산 간 연관성이 없었던 사건도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1조 7455억원(65.4%)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사고 3967억원(14.9%), 고의사고 3920억원(14.7%) 순이었다. 적발 인원은 5년간 32만 9000여명에 달했으며, 사기 금액 증가율(49%)에 비해 인원 증가율(12%)이 낮아 1인당 사기 액수가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연령대별 분석 결과, 60대 이상이 25.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20대(13.7%)와 30대(18.1%)를 합치면 전체의 약 32%에 달해 젊은층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출 및 취업 알선을 미끼로 사회초년생을 유인하는 신종 수법이 다수 적발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과거 나이롱환자 등 개별적 형태에서 병의원, 설계사, 중개업자 등이 조직적으로 결탁하는 지능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에 금감원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2030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토스, 페이코 등 젊은층이 즐겨 사용하는 금융 앱의 배너 광고와 퀴즈형 참여 이벤트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창문 전체가 LED 전광판으로 구성된 특수 버스로 강남 일대를 순회하며 처벌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병의원이 입주한 건물의 로비와 엘리베이터 모니터를 활용해 의료기관 방문객들에게도 반복적으로 예방 메시지를 노출할 예정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기는 궁극적으로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성실한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범죄"라며 "규모가 지속 확대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유혹적인 제안은 단호히 거부하고, 의심스러운 사례를 발견하면 금감원이나 보험사 신고센터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