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부담에 '결국 포기'한 신라면세점…인천공항 사업권 반납 결정

2025.09.18
임대료 부담에 결국 포기한 신라면세점…인천공항 사업권 반납 결정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18일 이사회에서 인천국제공항 DF1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면세점 사업권 반납을 확정했다. 2023년 운영을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호텔신라는 공시를 통해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했다"며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계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부득이하게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의 철수는 면세업계 환경 변화와 임대료 체계 개편이 맞물린 결과다. 2023년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기존 고정제에서 '공항 이용객 수 연동제'로 바뀌면서 여객 수는 늘어나지만 면세점 매출은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주요 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면세점에서 올리브영·다이소 등으로 이동하고, 내국인들도 온라인 면세점이나 환율이 낮은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라면세점은 매월 60억~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인천지방법원에 조정신청을 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법원이 25% 임대료 인하를 권고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6일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조정안이 무산된 지 이틀 만에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호텔신라는 이미 인천공항공사에 1900억원의 위약금을 입금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6개월간 의무영업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제 철수는 내년 3월 17일에 이뤄진다. 다만 수익성이 있는 DF3(패션·부티크) 권역 사업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신라면세점의 철수로 신세계면세점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27%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으나 인천공항공사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DF1 권역 재입찰에서는 롯데면세점과 중국계 면세업체 CDFG(차이나듀티프리그룹)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입찰 임대료가 현재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법원 조정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은 임대료 수준이 약 40%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조정 문제로 사업 철수가 불가피해진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무영업 기간 내 후속 사업자를 신속히 선정해 공항 운영과 여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