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업계가 과도한 경제형벌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경제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지나친 처벌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와 면담을 진행하며 형벌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벤처기업협회를 비롯해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6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협의에서는 특히 배임 관련 처벌의 완화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업계는 벤처기업 경영진이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 없이 능동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개선안으로는 합리적인 경영 결정에 대해서는 배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영판단 원칙'의 법문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의 광범위한 처벌 기준과 과한 적용 범위로 인한 무차별적 고발 사태를 방지하고, 형사처벌보다는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형벌 위주의 과도한 규제 체계는 벤처기업의 창신성과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지나친 경제형벌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핵심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배임죄 등 과중하게 적용되어온 처벌 조항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 단장은 "일반적인 경영 판단마저 배임 처벌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염려는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핵심인 벤처·스타트업에게 더욱 심각한 제약 요인이 된다"며 "벤처·스타트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파악하여 앞으로의 법제화 및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극 수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도 같은 날 기획재정부와 민주당 관련 태스크포스에 제도 개선 건의서를 전달했다. 중소기업계는 배임죄 폐지뿐 아니라 단순한 행정 실수나 경미한 위반 행위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불합리한 사례들이 서민 경제와 직결된 영역에서 빈발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 카페나 편의점 등 소상공인들은 간판이나 현수막 같은 옥외광고물 설치 과정에서 단순한 변경신고 누락만으로도 벌금 부과 대상이 되어 생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전해졌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오염물질 측정 미실시나 기록 보관 소홀 같은 단순 행정착오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법무 지원 인력이 부족해 동일한 규제라도 훨씬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단순 실수까지 형사처벌로 연결되는 구조는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신규 투자 및 고용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