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특약상품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출고 시기에 따른 보상격차 해소와 단기 배달업 종사자를 위한 일 단위 특약 도입이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차량보험 특약상품 개편방안'의 핵심은 불합리한 보상구조 개선과 유용한 특약의 기본포함, 그리고 애매모호한 약관 명확화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동일 연도에 생산된 차량에 일률적으로 연간 감가율을 적용해왔다. 이로 인해 12월 말 구매차량은 실제 1년간 운행했음에도 24개월치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불합리함이 있었다. 예를 들어 5000만원 신차 기준으로 1월 구매차량은 이듬해 보험갱신 시 4248만원으로 평가되지만, 12월 구매차량은 3786만원에 불과했다.
새로 도입되는 '차량기준가액 확대보상 특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실제 운행개월 수를 반영한 차량가치로 보상한도를 산정받을 수 있다. 다만 높아진 차량가치에 비례해 보험료 부담도 증가한다.
급성장하는 공유경제에 맞춘 개선도 이뤄진다. 쿠팡플렉스나 배달의민족 커넥트 등에서 활동하는 개인차량 기반 배송업 종사자가 10만여 명에 달하는 현실을 반영해 '일일 유상운송특약'이 신설된다. 기존에는 주말에만 배송업을 해도 연간계약을 체결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필요한 날짜만큼만 가입이 가능하다.
렌터카 이용객의 편의성도 크게 향상된다. 현행 렌터카 차량손해 특약은 계약 후 다음날 자정부터 효력이 발생해 사전 가입이 필수였다. 개선안은 차량대여와 동시에 보장이 시작되도록 했다. 다만 사고 발생 후 가입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여 1시간 후 가입 시에는 기존처럼 익일 자정부터 적용된다.
타인 소유 차량 운전 시 보상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타차량 운전담보 특약'은 계약자 본인과 배우자에게만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부모와 자녀까지 포함해 본인차량의 피보험자 범위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인지도가 낮아 가입률이 저조한 특약들은 기본옵션으로 전환된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을 때 가족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지정대리청구 특약'의 가입률은 현재 0.01%에 불과하다. 추가비용이 전혀 없음에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동가입되되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제외할 수 있도록 바뀐다. 적용범위도 기존 자동차상해에서 진료비와 간병비 등 모든 개별특약으로 넓어진다.
주차장 접촉사고나 침수피해 등 '단독사고 보상특약'도 안내절차가 강화돼 가입누락을 방지한다.
그동안 해석논란을 빚어온 약관 표현들도 명료하게 정비된다. '가족한정 운전자특약'에서는 사실혼 관계인 며느리나 사위가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한다. '직원한정 운전자특약'은 개인사업자에게만 해당된다는 조건을 분명히 하고, '주말휴일 보상확대특약'에는 대체공휴일 포함 여부를 명확히 기재한다.
금감원은 4분기 중 새로운 특약상품의 신고접수와 전산시스템 정비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약관 문구 개선 등 별도 절차가 불필요한 사항들은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