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비에 오봉저수지 저수율 53일만에 상승...완전 해갈엔 부족

2025.09.14
강릉 단비에 오봉저수지 저수율 53일만에 상승...완전 해갈엔 부족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강원 강릉지역에 100㎜에 가까운 반가운 단비가 내리면서 메마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53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완전한 가뭄 해소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14일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5.6%로 전날(13%)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11.5%를 기록한 후 이틀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수율이 오른 것은 지난 7월 23일 이후 53일만이다.

12일부터 13일까지 강릉 오봉저수지 인근 지역에는 닭목재 90㎜, 도마 84.5㎜, 왕산 82㎜ 등의 강우량이 기록됐다. 강릉 도심 지역에도 112㎜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30㎜ 이상의 의미있는 강수량을 보인 것은 7월 15일(39.7㎜) 이후 60일만의 일이다.

모처럼 내린 단비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디어 비님이 오네요", "호우주의보 발표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빗소리 듣느라 잠이 다 깼다"는 기쁨의 댓글들이 잇따랐다. 13일에는 오봉저수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평소 급수차량 운행으로 통제됐던 도로가 비로 인해 하루 개방되면서 물이 얼마나 찼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주민들이 몰린 것이다.

강릉 사천면 주민 임정호(68)씨는 "이제 좀 살 것 같다"며 "이 비는 황금비고, 그 다음에 오는 비는 은비"라고 반가움을 표했다. 또 다른 주민 최호순(54)씨는 "조금만 더 오면 가뭄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이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례없는 가뭄이 이어지던 강릉에 마침내 단비가 내렸다"며 "무기한 제한급수 조치로 빨래나 샤워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강릉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가 내리면서 중단됐던 급수차량을 통한 운반급수는 14일 오전부터 재개됐다. 소방·군·지자체·민간 등에서 520여대의 차량과 선박을 동원해 하루 3만7875톤의 물을 홍제정수장과 오봉저수지에 공급한다. 남대천에서 홍제정수장으로 물을 보내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도 일시 중단 후 재가동에 들어갔다.

강릉시는 이번 기회에 혼란을 빚었던 아파트 제한급수 방식도 개선했다. 저수조 100톤 이상 보유 아파트를 대상으로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2차례 각 3시간씩 동일하게 급수하기로 통일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전례없는 가뭄 상황에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듣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강수량으로는 완전한 가뭄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저수율 15.6%는 평년 저수율 71.7%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간 지역 물이 추가 유입되면 저수율이 25~3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본격적인 해갈을 위해서는 수백㎜의 비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17일에도 강릉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추가 강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예상 강수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가뭄 사태의 근본적 해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