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에서 인문계열 지원 증가와 자연계열 지원 감소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이과생들의 '사탐런' 현상이 대입 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14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의 인문계열 수시 지원자는 20만3543명으로 전년 대비 1만5450명 급증했으며, 경쟁률도 20.59대1에서 21.87대1로 상승했다. 반면 자연계열 지원자는 20만4654명으로 전년보다 6705명 감소하며 경쟁률이 25.25대1에서 23.82대1로 하락했다.
최상위권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대학만 살펴봐도 변화가 뚜렷하다. 자연계열 지원자는 3436명이 줄어든 반면 인문계열은 103명 증가했다. 특히 자연계열에서 사회탐구 선택을 사실상 금지하는 서울대와 연세대의 지원자는 3857명 급감했지만, 사회탐구를 허용하는 고려대는 오히려 421명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요인은 '사탐런' 현상으로 분석된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 지원자는 61%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의대 모집정원 축소도 자연계열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전국 의대 모집인원이 전년 5058명에서 3058명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최상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상위권 수험생들이 안전한 합격을 위해 인문계열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탐구 응시자 감소는 수능에서 상위 등급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대평가 특성상 응시 인원이 줄어들면 높은 등급 받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큰 부담을 느끼며 하향 안정지원을 선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문계열의 경우 사탐런으로 인한 고득점자 대량 발생과 순수 문과생 증가가 맞물려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화여대는 경쟁률이 10.06대1에서 14.90대1로, 성균관대는 31.61대1에서 34.57대1로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자연계열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매우 중요한 변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기준만 충족한다면 내신 불이익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대폭 축소와 예상보다 큰 사탐런 현상이 결합되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수시 지원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