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이 전국 단위 노동조합 설립을 공식화하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본격 활동에 나섰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과로의 악순환을 단절하고 붕괴 위기의 의료체계를 재건하고자 조합을 창설했다"고 선언했다.
조합은 출범 성명서에서 "전공의들이 사명감으로 견뎌낸 현실은 근로기준법은 물론 전공의특별법마저 외면하는 작업환경과 학습권의 박탈이었다"며 "학습권과 인권을 잃은 채 저렴한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것이 올바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전공의에 대한 과로와 인권 유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의료는 더는 지속될 수 없다"며 "우리는 이제 조용히 참으며 병원의 소모품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소속인 유청준 초대 조합위원장은 취임 연설에서 "전공의조합은 우리의 대우 향상만을 목표로 한 단체가 아닌 환자 보호를 실현하고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의료제도를 구축하는 시작점"이라며 "전공의의 노동 인권 확보가 바로 환자의 보안 확보"라고 밝혔다.
조합은 이날 △근무시간 단축(주 72시간) 시범사업의 철저한 이행과 전 진료과 확산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수 제한 △근로기준법 수준의 임신·출산 전공의 보호 보장 △방사선 노출 대응책 수립 및 준수 △근로기준법상 휴식시간 확보 △연차·병가의 자유로운 활용 보장 △전공의에 대한 언어폭력·신체폭력 척결 △전공의특별법 개정안의 신속한 제정 등을 담은 '8대 개선안'을 공개했다.
남기원 수석부위원장은 "8대 개선안은 협상 조건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라며 "전공의 권익 확보는 곧 환자의 안전 확보"라고 언급했다.
전공의조합은 2006년부터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약 20년간 존재해왔지만 낮은 참여율과 미흡한 활동 성과로 실질적인 조합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롭게 설립된 전공의조합은 기존의 '명목상 존재했던' 조합과는 차별화된 실질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 1일 설립 발표 이후 14일 오후까지 확인된 조합원 수는 3천여명에 달한다. 조합은 전공의들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받지 않는지 점검하기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