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서 비탈길에 세워진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가 보행자들을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15일 울주경찰서 발표에 따르면 전날 정오경 울주군 청량읍 율리 소재 한 비탈진 도로에서 76세 여성 운전자가 세워둔 아반떼 승용차가 약 100여 미터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갔다.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감시카메라 영상을 살펴보면, 여성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직후 해당 승용차가 천천히 후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은 인근을 통과하던 다른 자동차들을 간발의 차이로 비켜가며 내리막 방향으로 굴러갔다.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운전자가 차량을 따라 달려갔으나 이미 속력이 붙은 상태여서 막을 수 없었다.
가속이 붙은 승용차는 도로 아래쪽에서 좌판을 구경하던 보행자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량은 담장을 뚫고 인근 농지까지 튕겨 나갈 만큼 빠른 속력을 내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70대 노부부 가운데 남편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인은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좌판 상인 1명 역시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차량은 전동식 주차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은 2009년식 차량이었으며, 사고 발생 시점에 주차브레이크가 체결되지 않은 채 변속기도 후진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기어도 주차 위치에 놓았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적절히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기어 조작을 잘못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밀한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식당가 인근으로 점심시간대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어서 더 큰 피해로 번질 뻔했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빠른 속력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직선 방향으로 왔다면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76세 여성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여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