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국회 사회적대화 참여로 정년연장·근로시간 단축 입법논의 가속화

2025.09.14
민주노총 국회 사회적대화 참여로 정년연장·근로시간 단축 입법논의 가속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26년 만에 사회적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면서, 국회 주도의 노사정 협의체가 다음 달 중순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이번 복귀로 정년 65세 확대와 주 4.5일제 시행 등 그간 답보 상태였던 핵심 노동현안들이 본격적인 입법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달 초 중앙위원회를 통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기구 참가를 최종 확정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제 도입에 합의했다가 내부 강한 반발에 직면한 후 26년간 공식적인 노사정 협의에서 손을 뗀 상황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도 국회에서 법안이 변질되거나 무력화되는 경험을 반복하며 대화 참여에 소극적 자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190석 거대 여당이라는 정치적 환경 변화가 민주노총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해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노란봉투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민주당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상황이다.

새롭게 구성될 국회 사회적 대화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달리 국회가 중재 역할을 담당하는 점이 특징이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대한상의,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노사단체들이 모두 참여 의사를 표명해 실질적인 노사정 협의 틀이 완성됐다. 운영방식은 총괄 운영협의체 하부에 안건별 협의회를 설치하는 구조로 계획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한 정년 65세 연장은 이번 대화체 출범과 함께 입법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내부에 정년연장 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며, 정부도 이를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사회적 합의 없이는 현실화가 어려운 사안인 만큼 민주노총의 공식 참여는 제도적 동력 확보에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7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17시간으로 감축한다는 목표 하에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부담 증가와 생산성 우려를 수반하는 사안이어서 노사정이 함께하는 사회적 논의 없이는 실현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 배경에 대해 "민주노총이 투쟁만 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도 개선에 실질적 역할을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고용노동자 사회보장망 확충,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대책, 초기업단위 교섭 등을 우선 의제로 꼽았다.

다만 정부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의 역할 분담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경사노위는 한국노총마저 이탈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중요한 현안은 국회에서 다루고 경사노위 복귀는 별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총 복귀로 사회적 대화가 형식을 넘어 실질적 내용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년연장이나 근로시간 단축같이 민감한 사안일수록 국회 플랫폼이 중재자 기능을 하며 입법 연계 논의를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