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1층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헬스장에서 돌아온 A씨가 화장실에서 운동 효과를 확인하던 도중, 창문 너머로 자신을 몰래 촬영하는 스마트폰을 목격한 것이다.
A씨는 당시 체형 변화를 점검하는 이른바 '눈바디'를 위해 슬리브리스와 짧은 하의를 착용한 상태였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몸매 변화를 기록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샤워를 위해 준비하던 바로 그 순간, 화장실 창가 밖에서 실내를 향해 들이대진 낯선 휴대폰 카메라와 시선이 마주쳤다.
충격에 빠진 A씨가 그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문제의 스마트폰은 즉시 자취를 감췄다. 상황을 전해 들은 A씨의 남동생이 급히 건물 외부를 살펴봤지만, 가해자는 이미 현장을 벗어난 후였다. 다행히 A씨가 자신을 위해 촬영했던 동영상 속에서 창밖의 수상한 휴대폰이 또렷하게 포착됐지만, 범행자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창문 바깥쪽에서 화장실을 겨냥하고 있던 그 기기와 시선이 맞닿았어요.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는데, 녹화 파일을 재생해보니 너무나 선명한 증거가 남아있더라고요"라고 A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정말 끔찍하고 전신이 떨려서 제대로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A씨는 즉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수사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해당 빌라 정면에는 보안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나, 화장실이 위치한 건물 후면부에는 감시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A씨 거주지 화장실 주변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일반 통행인들이 접근하기 곤란한 구조여서, 수사당국은 누군가가 피해자의 일상 루틴을 사전에 파악한 뒤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물주는 후면 CCTV 설치와 화장실 보안창 설치를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며칠째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현재는 친척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