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에서 중국 국적 70대 남성을 구하려다 순직한 해양경찰 고(故) 이재석 경사 사건과 연관해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저녁 언론 배포 입장문을 통해 "순직 해경 사안 관련 대통령님 말씀에 중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본 사안의 사실 규명과 새로운 해양경찰에 기여하고자 사임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해경이 아닌 외부의 중립적 기관에 위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고인 동료들로부터 '상급자가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증언이 제기된 점을 언급하며, 유가족과 동료들의 서러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또한 2명이 조를 이뤄 수색 및 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고인이 단독으로 구조 활동을 펼쳤다는 보고를 접한 후 첫 대응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이나 지연 대응은 없었는지 재차 점검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이었던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3시 30분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중국 국적 70대 남성을 구조하던 도중 행방불명됐고, 약 6시간 후 심장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 그는 부상당한 남성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물이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자 자신이 착용한 부력조끼를 벗어 건네주고 함께 육지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일 이 경사와 함께 당직을 맡았던 팀 동료 4명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여 "지금까지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조성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입을 다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들은 "파출소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유족을 만나면 '눈물만 흘리고 어떤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사의 유족 역시 "사고 당일 인천해경서장이 언론 접촉을 절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동료들의 '입막음'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 경사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경 측이 다수의 관련 지침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파출소는 2인 출동이라는 내부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는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동일한 시간대에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파출소 당직자는 총 6명이었으나 4명이 휴게시간을 부여받은 탓에 이 경사와 당직 팀장 등 2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이 경사는 이들의 휴게시간인 11일 새벽 2시 7분경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홀로 출동했다가 구조 과정에서 실종되어 결국 목숨을 잃었다. 영흥파출소는 사고 당일 이 경사가 현장에 출동한 지 80여분 만인 새벽 3시 30분에야 상급 기관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