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이한 성곡미술관…"계속해서 우수 작가들을 지원하겠다"

2025.09.16
30주년 맞이한 성곡미술관…"계속해서 우수 작가들을 지원하겠다"

1995년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첫 문을 연 성곡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 '미술관을 기록하다 In Portrait: Sungkok Art Museum 2025'를 16일부터 12월 7일까지 선보인다. 광화문 일대의 번화한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고유한 정원과 함께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사립미술관은 지난 30년간 250여 차례의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번 30주년 기념전에는 3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국내외 아티스트 14인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미술관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관찰하고 체험한 결과물로 완전히 새로운 작업들을 완성했다. 회화와 사진, 설치예술, 영상, 음향 등 폭넓은 장르를 활용해 미술관 공간에 누적된 시간과 추억, 감성을 예술적 표현으로 탐구하고 있다.

김태동 작가는 성곡미술관의 30년 전시 역사를 담은 도록과 포스터들을 아카이브 형태로 전개하며,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은밀한 공간들과 정원 풍경, 방문객들의 순간들을 수집해 작업으로 구현했다. 머리카락을 활용한 작업으로 주목받는 이세경 작가는 박문순 관장의 모발을 재료로 삼아 미술관 전체 모습과 창립자 고 성곡 김성곤 선생의 흉상, 정원과 카페의 정경을 도자기 위에 표현했다.

프랑스 출신 조르주 루스 작가의 '서울, 성곡Ⅱ'는 특히 눈에 띈다. 아나모르포시스 기법을 적용해 특별한 관점에서만 완성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전시장 전체를 거대한 회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루스는 "수직적 구조가 많은 기념비적 건축물의 강한 인상을 페인팅과 컬러로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다"고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조각가 이창원은 나무 패널에 커피 분말을 사용해 이미지를 구현한 '성곡의 조각들'을 통해 불확실한 재료가 빛과 음영 속에서 견고한 조각처럼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세월의 흔적과 예술의 지속성을 환기시킨다. 뉴욕 활동 작가 송예환은 '풍수 수확'에서 미술관의 역사적 위치성과 풍수지리학적 맥락을 설치 및 프로젝션 맵핑으로 재해석하여 전통적 지리 개념과 디지털 감각의 교차점을 구성했다.

민재영 작가의 수묵화 '도시·전시·정원'은 4년 전 개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억과 감정을 회화로 재구성했으며, 화면을 촘촘한 가로선으로 채워 TV 주사선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김준의 사운드 조형작품 '잔상의 정원', 베로니크 엘레나의 '풍류' 연작, 윤정미의 사진 시리즈 '성곡미술관 조각정원' 등 다채로운 형식의 작업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성곡미술관은 기업가이자 교육자였던 고 성곡 김성곤 선생의 '예술과 교육이 국가의 미래를 밝힌다'는 철학을 토대로 설립되었다. 이수균 부관장은 "성곡미술관은 이미 명성을 얻은 작가보다는 우리의 지원을 통해 자신만의 위치를 확립할 수 있는 작가들에게 힘을 보태주려 해왔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훌륭한 작가들을 발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문순 관장은 "'성곡내일의작가상'을 비롯해 신진작가 지원 '성곡오픈콜', '중견원로작가' 조명, '지역미술기획전', 사회적 의제를 반영한 주제전, 국제교류전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며 "계속해서 예술가들이 창의적 실험을 펼치며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