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유료화 고민"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급증으로 운영 딜레마

2025.09.16
"입장료 유료화 고민"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급증으로 운영 딜레마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 폭증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해 8월 25일까지 누적 방문자가 418만9822명을 기록하며, 작년 전체 관람객 수인 378만8785명을 이미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2023년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했던 최고 기록 418만285명마저 갱신하며, 1945년 개관 이후 79년 만에 최대 성과를 올렸다. 현재 증가세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 5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 성공이 자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도깨비, 호랑이 귀신 등 우리나라 전통 설화 소재가 큰 화제를 모으며 한류 열풍이 K-팝, K-푸드를 넘어 K-전통 문화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이 본격 인기를 끈 7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2배 이상 많은 74만7679명이 방문했고, 8월 1-25일에도 72만582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배 증가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방문객 증가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하루 최대 1만8000명 수용을 기준으로 설계된 시설이 현재 일평균 3만명에 육박하는 인파를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다. 전시 관람 환경 악화는 물론 주차 공간 부족,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동반 가족 관람객이 많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장료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인파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감상이 어렵다", "적절한 수준의 관람료를 받으면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반응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이 개관 초기 성인 2000원의 요금을 받았지만 2008년부터 문화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상설전시를 무료화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반면 16년간 지속된 무료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 교수는 "오랫동안 무료로 운영해온 박물관의 급작스러운 유료 전환은 심리적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무료 정책 도입 취지와 관람객들의 정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박물관들은 대부분 유료 운영을 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22유로, 오르세 미술관 16유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30달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1000엔 등의 입장료를 받되 학생, 고령자, 장애인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무료 입장이지만 자발적 기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면 유료화나 완전 무료화 같은 획일적 접근보다는 상황별 탄력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곽금주 교수는 "요금 부과 여부만을 놓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해외 사례처럼 유연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유료화하더라도 미성년자나 노인, 장애인은 무료를 유지하거나 혼잡 시간대에만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 교수도 "부분적 유료화를 통한 관람객 조절이 이뤄지면 전시 환경의 질적 향상이 가능하다"며 "단순히 돈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양질의 문화 경험 제공을 위한 세밀한 유료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