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오봉산과 여수 거문도 수월산,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 예고

2025.09.16
전남 보성 오봉산과 여수 거문도 수월산,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 예고

전라남도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두 지역이 국가지정 자연유산으로 새롭게 인정받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16일 '보성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 일원'과 '여수 거문도 수월산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보성 오봉산 일원은 오랜 세월 명승지로 이름을 떨쳐온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국여지지 등 옛 문헌에서도 이 지역의 뛰어난 경치를 기록해 놓았다. 산행로를 따라 올라가면 풍혈지라 불리는 특이한 지형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여름에 차가운 바람이, 겨울에 온기 있는 바람이 불어나온다. 정상에 오르면 남해의 득량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용추동 계곡에는 폭포와 무성한 수림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 지역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깊은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칼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상과 개흥사터 등 불교 관련 유적들이 산재해 있고, 국가 재난 시 지내던 여제의 흔적도 남아있다. 특히 한국 전통 난방 시설인 온돌의 핵심 소재였던 구들장 채굴지와 이를 운반하던 옛 마차길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산업사적 의의도 크다.

거문도 수월산 일대는 동백꽃이 만개하는 시절에 특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목넘이에서 시작해 등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짙푸른 동백 군락으로 덮여 있어, 개화기가 되면 붉은 꽃잎이 장관을 이룬다. 길 중간중간 기묘한 형태의 암석들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 그리고 서쪽 하늘로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곳의 상징적 존재인 거문도 등대는 1905년 남해안에서 처음 세워진 등대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관백정이라 이름 붙인 전망대에서는 이미 명승으로 지정된 상백도와 하백도,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의 장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885년 일어난 거문도 점령 사건의 무대이기도 한 이 섬은 해상 교통로 발달사와 근현대 외교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도 이 지역의 가치는 상당하다. 동백나무를 비롯해 돈나무, 광나무, 다정큼나무 등 남쪽 연안 지역의 특색 있는 식물상이 발달했고, 동박새와 흑비둘기 같은 조류들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청정 해역인 남해 어장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예부터 해상 방어의 거점이자 전략적 요지로 활용되어 왔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한 달간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집한 뒤,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명승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