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음악 인생 30년 만에 재즈 협업 도전...캐나다 오케스트라와 전국투어

2025.09.16
장사익, 음악 인생 30년 만에 재즈 협업 도전...캐나다 오케스트라와 전국투어

"두루마기에 빨간 나비넥타이, 참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올해 77세를 맞은 소리꾼 장사익이 음반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며 특별한 모험에 나선다고 밝혔다.

1995년 첫 음반 '하늘 가는 길'로 본격적인 가요계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다음달 캐나다의 18인조 빅밴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 지금까지도 재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대편성 재즈 오케스트라에 자신의 곡들을 완전히 맡겨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6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장사익은 "재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과 함께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라며 "정주영 회장도 늘 '해봤나?'라고 물었듯이, 나 역시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도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협업의 상대인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는 1998년 창단되어 지휘자 조쉬 그로스먼의 리더십 하에 활동하고 있다. 색소폰 5명, 트럼펫 4명, 트롬본 4명과 리듬 섹션으로 구성된 멤버들은 대부분 캐나다 음악상 주노 어워드 수상자들로 이루어진 실력파 연주진이다. 장사익의 초청으로 국내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해금 연주자 하고운도 무대에 오른다.

"내 음악이니만큼 된장이나 김치 같은 우리 고유의 향취가 스며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장사익은 악기들이 빚어낼 화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함께 작업한 정재열 음악감독은 "'찔레꽃', '역', '꽃', '기차는 간다' 등 7곡의 대표작과 '봄날은 간다', '열아홉 순정', '대전 블루스', '아리랑' 등을 포함한 총 15곡을 빅밴드 스타일로 새롭게 편곡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통 음악을 전혀 모르는 오케스트라 멤버 5명이 편곡을 담당한 덕분에 1950년대 스타일부터 모던 재즈, 영화 음악풍까지 다채로운 음악이 탄생했다고 정 감독은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꽃구경'의 경우 한의 정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공연에서는 재즈 스탠다드 '어텀 리브즈'로 대체할 예정이다.

장사익은 자신의 음악과 재즈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내 노래는 국악도, 대중가요도, 클래식도 아닌 낭송에 가까운 송가 형태다. 정해진 박자 없이 내 호흡에 따라 자유롭게 음악하는 방식이 어떤 면에서는 재즈의 특성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희수를 맞은 그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46세에 주변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일회성 취미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벌써 30년이나 흘렀다"며 "목이 아픈 순간들과 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음악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음악이 숙명이라 여기며 생의 마지막까지 노래하겠다. 젊은이들은 봄날처럼 노래하지만, 나는 여름을 넘어 가을에 이르렀다. 노년의 목소리가 전하는 울림이 분명 있을 터인데,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노래의 시간"이라며 음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공연은 10월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출발점으로 21일 대구 천마아트센터, 23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25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