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안보포럼으로 군사 굴기 행보 지속

2025.09.16
中, 대규모 안보포럼으로 군사 굴기 행보 지속

전승절 80주년 군사퍼레이드를 통해 무력 시위를 벌인 중국이 이번엔 대규모 국제 안보 포럼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을 겨냥한 견제 발언을 내놓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관영 통신사와 해외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17일부터 19일까지 베이징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2회 샹산포럼을 진행한다. '국제 질서 공동 수호와 평화적 발전 촉진'이란 대주제 하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국방·군사 책임자와 연구기관 전문가, 학술계 인사 등 약 1천800명이 모일 예정이다.

2006년 중국 국방부가 창설한 연례 다자간 안보 협의체인 샹산포럼은 중국 버전의 '샹그릴라 대화'로 평가받는다. 국방부장이 행사를 총괄하지만, 시 주석이 축하 메시지를 통해 중국의 안보 철학과 국제 질서관을 대외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외신은 안보 전문가와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이달 초 군사퍼레이드에서 천명한 국제 질서 구상을 샹산포럼을 매개로 구체화할 것"이라며 워싱턴을 겨냥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전승절 기념식에서 패권주의와 강압 정치에 대항하는 연대를 강조하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참가국 인사들이 최근 공개된 중국의 첨단 무기체계에 관한 상세 정보를 파악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퍼레이드에서 중국은 전 지구적 타격 능력을 지닌 핵탄두 장착 미사일 둥펑-5C와 원거리 미사일 DF-61, 최대 사정거리 5천 킬로미터급 DF-26D,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DF-17 등을 선보였다. 미 항모전단을 장거리에서 공격 가능한 잉지-21 극초음속 미사일과 미 본토 전역을 겨냥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쥐랑-3 등도 공개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문제연구소 제임스 차르 교수는 "올해 샹산포럼 참석자들은 인민해방군의 특정 무기 시스템에 대한 기술 데이터를 더욱 많이 획득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발전하는 군사 혁신과 세계 최대 규모 인민해방군 지휘부에 대해 파악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서구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급의 대표단을 파견해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를 지역 내 비공식 주요 안보 회의로 유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작년 국방부 부차관보급을 보냈던 미국은 올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국방 무관을 참석시키기로 했다.

주요 참석자로는 찬춘싱 싱가포르 국방장관과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국방대학교 관계자가 참여하고, 황재호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센터장이 이틀째 '아태지역 안보 협력'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다.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도 대표단을 파견한다.

이번 행사는 특히 남중국해 주변 안보 긴장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열려 더욱 관심을 모은다. 중국의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이 최근 대만해협을 지나 남중국해 인근 수역에서 훈련을 실시했고, 이후 중국군은 미국 구축함 히긴스와 영국 호위함 리치먼드의 대만해협 통과를 두고 "잘못된 신호 전달로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9일 둥쥔 국방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대만을 활용한 중국 견제 시도나 개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고, 다음 날 왕이 외교담당 정치국원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에서 "최근 미국의 부정적 언동으로 중국 내정에 개입했다"며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해관계에서는 반드시 언행을 신중히 하라"고 압박했다.

안보적 긴장감 속에서도 양국은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막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14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통상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추진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양국 정상이 다음 달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