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투자 합의에 '백지수표' 논란…"미국 주도 불평등 협정" 비판 거세

2025.09.16
日 대미투자 합의에 백지수표 논란…"미국 주도 불평등 협정" 비판 거세

한미 무역협상 후속 논의에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가 핵심 현안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일본이 체결한 5500억 달러(약 761조원) 미국투자 협약 세부사항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은 관세 압박을 통해 한국 측에 일본과 유사한 투자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연방공보를 통해 16일부터 자동차 수입관세를 일본 제품에만 인하 적용하기로 발표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향후 일정기간 한국산 자동차는 25%, 일본산은 15%의 차등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명시된 일본의 미국투자 방안은 국내 언론들이 '공백수표식 투자'로 표현할 만큼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일본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기간과 절차, 수익분배 구조 모두 미국 측에 극도로 편향된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 실행기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2029년 1월 19일까지로 설정됐다. 투자대상 선정 과정에서 '공백수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처 결정권한이 미 상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미국인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에 전적으로 위임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인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위원회가 투자위원회에 자문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자처를 제안하는 핵심 권한은 여전히 투자위원회가 독점한다. 투자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을 내리는 구조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협의위원회를 통해 관여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투자처를 번복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미국 주도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일본에게 투자처를 수시로 통보할 수 있으며, 일본은 지정계좌에 달러자금을 예치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자금제공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고율관세를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특정 투자처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절할 여지는 있지만 사전에 미국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수익분배 방식 역시 미국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투자 원금과 이자 회수 이전 단계에서는 양국이 동등하게 50%씩 배분받지만, 회수 완료 후에는 미국이 90%, 일본이 10%의 극도로 비대칭적인 구조로 전환된다.

이러한 협정 내용을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불공정 조약'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노무라소켄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우선주의적 체계의 성격이 농후하다"며 "일본에게는 상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결코 수긍할 수 없다"며 "일본이 자금만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협정 내용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측이 주목하는 일본의 자금조달 방법은 문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일본국제협력은행과 일본무역보험 등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나 대출, 대출보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일 무역협상 수석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지난 12일 온라인 방송에서 "엔화 매도를 통한 직접적인 달러 구매 방식의 거래는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일본국제협력은행 대출에 대해 "절반 정도는 외환자금특별회계 운용수익 등으로 충당 가능하며 미국 국채 매각은 불필요하다"면서 "향후에는 정부보증 달러채권 발행과 통화스와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재무성이 관리하는 외환자금특별회계의 2024회계연도 잉여금은 5조3603억 엔(약 50조원) 규모였다.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해 향후 일본 내에서도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