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원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 스티븐 마이런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승인하면서, 백악관의 중앙은행 개입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마이런 후보자의 승인안은 상원 본회의에서 48대 47로 가결되어 통과됐다.
마이런 신임 이사는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유지한 상태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되며, 16일부터 시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즉시 참여한다. 이는 1935년 연준 지배구조 개편 이후 행정부 현직 고위 공직자가 처음으로 중앙은행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례가 된다.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했으며, 공화당에서는 리사 머카우스키 알래스카 의원만이 반대편에 섰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이런은 연준에서의 독립적 판단보다는 트럼프의 대변인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마이런 이사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사임으로 생긴 공석을 메우며, 임기는 2026년 1월 31일까지다. 그는 연준 이사 재임 기간 CEA 위원장직을 무급 휴직 형태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장기 임기로 연임할 경우에는 백악관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런 이사가 이번 FOMC에서 기대되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보다 더 적극적인 완화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지속적으로 동조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근거로 해임을 시도했던 리사 쿡 연준 이사는 법원의 보호를 받게 됐다.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15일 2대 1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혐의에 대해 쿡 이사에게 적절한 대응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권리 침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해임 사유로 거론된 사기 혐의가 쿡 이사의 연준 임명 이전에 발생한 사안으로 충분한 해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쿡 이사도 이번 FOMC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출신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듀크대학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5명 중 24명이 정치적 개입으로 인한 통화정책 오류 위험을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 전직 연준 관계자는 "백악관의 압박으로 금리를 성급하게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 고착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는 이미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 등 친 트럼프 성향의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마이런의 합류로 백악관의 연준 내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