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기업 재무보고, 분기에서 반기로 전환해야"

2025.09.16
트럼프 "美기업 재무보고, 분기에서 반기로 전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내 상장기업들의 재무정보 공개 주기를 현행 분기별에서 6개월 단위로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 하에 기업들이 반기별 보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운영비용 절감은 물론 경영진이 기업 운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50년에서 100년 단위의 장기적 시각으로 경영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분기마다 실적에 매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장은 기업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여 장기적 비전 수립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는 첫 번째 제안이 아니다. 2018년 첫 임기 당시에도 그는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제안을 인용하며 SEC에 제도 개선 연구를 지시했으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은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상장기업의 분기별 실적 공시 의무를 유지해왔다.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반기별 보고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제도 변경 시 국제적 기준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로 거론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기 공시 투명성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약 350개 기업에 투자 중인 제임스 맥리치는 "적시 정보 제공이야말로 공개 기업 투자의 핵심 동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지지층은 장기 목표 집중과 행정부담 경감 효과를 내세우는 반면, 반대측은 정보 비대칭 심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염려한다. 특히 미국 주식이 타국 대비 프리미엄 거래되는 배경에 엄격한 공시 기준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S&P 500 지수는 향후 12개월 수익 전망 대비 24.3배로 거래되고 있어 유럽 스톡스 600의 15.28배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브라이언 닉 뉴에지웰스 전략가는 "단기 성과 압박 완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3월에는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따른 국내 기업의 실소유자 신고 의무를 폐지했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를 "미국 번영을 위한 과감한 규제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취임한 폴 앳킨스 SEC 의장은 과도한 공시 규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최근 '공시 제도 합리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한 바 있어 제도 변경 가능성이 주목된다. 다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다층적 검토와 시장 참여자들의 광범위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