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27.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는 조치를 발효한다고 15일 연방관보를 통해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후속 협상 지연으로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게 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 대비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의 품목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이로 인해 일본산 자동차는 기본관세 2.5%와 함께 총 27.5%의 관세 부담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미일 무역합의에 따라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면서 자동차 관세 15% 적용이 확정됐다.
한국 역시 지난 7월 30일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3500억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둘러싼 세부 협의에서 양국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직접투자 확대와 투자처 결정권한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익배분에서도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일 간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쏘나타는 2만6900달러, 도요타 캠리는 2만84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관세율 차이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 쏘나타가 캠리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22만2486대에서 올해 1-8월 19만8807대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어서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지난 2분기 미국 관세 영향으로 합계 1조6142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인하가 지연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현대차 2조2000억원, 기아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국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방미에 앞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항공기 부품 490여개 품목에 대한 관세도 함께 면제하며, 8월 7일 이후 일본이 초과 지급한 관세에 대해서는 환급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